'Review/영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6.2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박종원 감독, (홍경인, 고정일 주)
  2. 2013.04.10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3. 2012.10.24 행복을 찾아서 - 2006, 윌스미스, 가브리엘 무치노(감독)
  4. 2010.07.05 공자, 춘추전국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박종원 감독, (홍경인, 고정일 주)

Review/영화 이야기 2013. 6. 21. 18:0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92)

Our Twisted Hero 
8.7
감독
박종원
출연
홍경인, 고정일, 최민식, 태민영, 이진선
정보
드라마 | 한국 | 119 분 | 1992-08-15
글쓴이 평점  


* 줄거리 *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 한병태의 국민학교 시절 회상 이야기. 새로 전학온 학교에는 막강한 자신만의 철옹성을 구축한 독재자 급짱 '엄석대(홍경인)'가 있음을 마주하고, 그의 급짱(반장)이라는 권력남용과 뒤로 벌이는 여러가지 폭력과 비리들을 담임 선생님께 고발한다. 그러나 숨겨진 정보원에 의해 그 사실을 미리 알아내고 엄석대는 유유히 빠져나간다. 교묘한 엄석대의 함정에 하나 둘 빠진 한병태는, 결국 선생님께 거짓말장이, 문제아로 이미지가 전락하게 되고, 급기야 성적까지 떨어지며 점점 학교 내에서 입지를 잃어간다. 그 입지를 지키기 위해 그는 투쟁 대신 타협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선택하고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하는데..



* 감상 * 

필자가 10살일 때, 그러니까 ..에..음..1992년이구나. 그 당시에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던 영화. 홍경인(엄석대 역)과 고정일(한병태 역), 그리고 최민식, 그외의 여러 명품 배우들이 열연을 해 주어 더욱 빛이났던 영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스쳐가듯 몇번 들었으나, 왜 한번도 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지 후회스러웠다. 이 좋은 걸 지금 본게 무척이나 아쉽지만, 한편으론 그 당시에 내가 보았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내 나이이기 때문에 들지도 모르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곱씹으며, 나는 지금 즐거움과 아쉬움, 그리고 슬픔에 취해있다.




<무언의 압박을 보여주는 우리 '체육부장'(일명 행동대장)의 카리스마>

이 영화는 그 당시의 열악한 제작환경과 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당히 완성도가 높고 개연성과 연출이 뛰어나다. 또한 홍경인과 고정일(한병태)의 연기는 꽤나 수준급이다. 그 주변 조연인 친구들의 사소한 표정변화는 복선을 암시하는듯한 미묘한 긴장감을 조성했고,그들의 열연은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 못지 않게 보는 나를 웃음짓게도, 슬프게도 만들었다. 









영화 가장 초반부에 주인공 '한병태'가 하는 독백, 

"잘나가던 서울의 명문 '국민학교'를 뒤로하고 시골 촌구석으로 내려오게 되었다"...를 들으며.  참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 '급'을 정해두고 편가르기하며 너잘났네 나잘났네 하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족속이구나. 명문 국민학교라니. 풉. 우스워 나도모르게 웃고 말았지만, 이것이 여전히 현실이라는 사실이 문득 서글펐다. 그의 독백은 정말 '독백'이 아닌, 우리 모두의 독백은 아닐까. '급'이 다른 자녀의 학군을 향해 철새처럼 이동하는 우리네 이야기 아닌가 말이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온 전학생 한병태. 크고 잘나가는 서울의 명문학교에서 곧장 1등을 도맡아 해왔으며, 꽤나 이성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는 아이. 그러나 그가 내려온 학교는 단순히 촌구석의 찌질한 학교로 치부할 수준이 아닌 그이상의 것을 그에게 경험시켜 준다. 한마디로 작은 세상, 그 자체였고, 그 세상을 마주하며 점점 굴복하고 비굴하게 변해가는 무기력한 그의 모습은 우리들의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던 우리의 옛 비겁한 선택들을 상기시켜준다.

그 내면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마치 한편의 스포츠를 관람하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나 저 어리숙하고 젖살가득한 녀석이 덩치크고 시꺼먼 엄석대를 무서워하지 않고 마주하는 모습에선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와 같은 희열과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 촌구석 학교 하나가 어쩜 어른들의 세상과 이렇게도 다를 바가 없는지. 단지 '급짱(학급반장)' 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작되는 갖가지 권력 남용, 정치, 조작, 정경유착, 비리, 폭력, 범죄, 술수, 모략, 끝없는 거짓과 그 거짓을 감추기 위한 더 큰 거짓..그 어리고 순수한 녀석들의 발칙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나로하여금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안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한병태의 심리변화를 보다보면, 내심 나처럼 그를 응원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 영화를 보는 내내 전 직장의 임부장이 어찌나 떠오르던지. 

틈만나면 골프만 쳐대는 사장위주로 돌아가는 가족같은 회사(필자는 '가'와 '족' 사이를 굉장히 떨어져서 읽는다), 그 주변에 달라붙어 콩꼬물만 받으면 나몰라라 쉬쉬해주는 기생충같은 이사들 부장들. 여직원들을 술자리에서 접대부처럼 끼고 노는 문화, 잘리지 않기 위해 눈치보는 여직원들. 일상적인 비리, 뒷담화로 가득한 쉬는시간, 거짓에 거짓 꼬리를 무는 영업사원들과 영업지원팀의 비리, 경리부만 따로 쓰는 법인카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다들 일하기 싫어 빈둥빈둥, 무책임한 작태들..등 등....... 토악질이 나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역시 그곳을 바꾸지 못하고 빠져나왔다는 데에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 쓰다보니, 나도 참 비겁한 '엄석대반의 학우'들과 다를바 없구나.





뭐, 그게 인간이니까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마.. 하는 친구들의 충고를 들은적이 있다. 그래 나 역시, 모든 인간이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말겠어.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배워왔으며, 실제로 이 진실과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가치이며,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쳐 투쟁한 우리의 멋진 선조들이 많음을 우린 수없이 역사책을 통해 배우지 않았나. 왜! 우리는 그것을 위해 싸우지 않나. 왜 적당히 타협하고 왜 적당히로 끝나버리고 마는가..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급짱'을 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엄석대'가 곳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부터라도 진실과 자유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다짐하게 된다.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 "엄석대 같은 녀석이 나와서 지금의 정치를 다 휘어잡아 줘야 할텐데" 하는 식의 독재주의 공산주의 찬양멘트따위를 듣노라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당해놓고도 그 녀석들은 여전히 한다는 소리가 똑같았다. 마치 일제강점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했으니 잘된것이다 외치는 무뇌아들이 생각나면서 말이다.









<우리를 때리며 함께 아파하시던 스승님이 그립습니다.>

또한 인상깊었던 것은, 최민식(극중 선생님)이 어찌나 올곧으며 정의롭고 열정이 가득한 청년인지를 보며, 저러한 스승밑에서 자란 자들은 과연 어떠한 제자가 될 것인지 굉장히 궁금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늘 꿀밤을 때리며 웃던, 그러나 막상 뒤에선 몰래 우리 어머니께 촌지를 요구하신 모 선생의 '매'와는 사뭇 다른 그 매. 그 매가 진심으로 그립다. 사람은 맞아야 한다 이런 몰상식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기 매우 힘이들기 때문에, 윗 사람이 아랫사람을 교훈과 훈계로 잘 양육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으로 하여금 '본'이 되도록 지켜보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영화는 4.19 혁명을 토대로 꾸며진 이야기이다. 또한 그 배경도 역시 그러하며, 원작자의 의도 또한 다분히 그럴 것이다. 허나, 우리의 삶에 있어 교과서적인 교훈들이 이 안에 참 많기에, 단지 정치적 수단으로써만 끝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으면한다. 



나는, 주저않고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울러,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일그러진 영웅들을 바로 세워, 우리의 진정한 영웅은, 달라붙는 수트를 입은 몸짱 슈퍼맨이나 돈많은 재력가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이 아니라, 비뚤어지고 모순되어 이중성을 가진 엄석대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더라도 권력에 저항하고 '자유와 진실'을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싸우는 수많은 용기있는 영혼을 가진 자들이 우리의 진정한 영웅임을 한번 더 되새기고 싶다. 




:

모범시민 (Law Abiding Citizen)

Review/영화 이야기 2013. 4. 10. 13:54




스포일러 정도가 아닌, 전체 줄거리 포함 임을 알려드립니다!!! ※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 

영화의 내용을 미리알고는 도저히 못보겠다 하는분은 '뒤로가기'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세요.




:

행복을 찾아서 - 2006, 윌스미스, 가브리엘 무치노(감독)

Review/영화 이야기 2012. 10. 24. 14:36

나이가 서른이어서인지. 

아니면 여자친구와의 결혼이라는 화두 때문인지.

요즘들어 부쩍, '행복', '삶의 이유', '목적' 과같은 주제들이 계속해 내 머릿속을 괴롭힌다.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태어나서 사람들과 관계하고, 

나이를 먹어가며 교육을 받고 직장을 구하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며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기르고 마지막에는 결국 죽는다.

초등학생도 알 법한 이 대중적인 레이아웃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미래'의 삶의 질이 어떠해 질 지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도구로써,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데에 빼놓지 않는 요인들이다. 


탄생 교육(일을 위해) → (가족을 위해)  → 결혼, 육아(후세를 위해)  → 노년  → 죽음


그 전체적인 틀, 즉 내가 SURVIVING이라고 부르는 그 틀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겠지만 대체로 많은 이들의 공통된 틀이다.

내가 원하는 삶 역시, 이 틀을 벗어날 수 없고 무조건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라면, 

여기서 제일 먼저,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무얼까. 

바로 '돈'이다.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게 하여주는 것.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상품과 여러 물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주는 것.

즉, 나와 내 가족을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살아가게' 해 주는 것에는, 바로 '돈'이 필요하다..





어제 보았던 영화 "행복을 찾아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윌스미스와 실제 그의 아들이 아들역을 맡아 연기해 더욱 화제를 낳았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전용기까지 가진 엄청난 갑부 월드스타지만, 

뉴욕의 한 가난하고 경제적 능력없는 외판원 이혼남(싱글파파) '크리스 가드너'역을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기를 참 잘했다. 

윌, 너도 고생을 좀 해봤니.



크리스가 열심히 살려 노력할 때마다 그에게 찾아오는 불운들.

..실적부진, 교통사고, 도난, 교통법규위반딱지, 그리고 세금체납, 아내의 이혼요구, 집주인의 월세독촉..

모두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이야기이며, 

IMF시대 이후에 급격하게 늘어난 실직자와 홈리스들처럼, 

어쩌면 내게도 닥칠 지 모르는 이야기이고,

또한 우리가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자들이 겪는 삶의 이야기이다.


외판원 크리스는, 늘 다 팔아오겠다고 나가는 아침의 다짐과는 달리

하나도 팔지 못하며 아내의 눈치만 보는 퇴근이 반복되고, 마침내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이 아들을 키우겠다며 양육권을 받아, 아이를 데려오는 그의 모습이 이어지는데,

이 대목에서, '리얼스틸'이라는 비슷한 영화가 하나 생각난다. 

장르와 주제는 조금 다르지만, 극중 이 아버지 역시, 경제적으로 굉장히 무능력하다. 




영화 '리얼스틸'의 한 장면. 

가난함에 찌들어 있는 그들이지만, 사진은 평화롭네요.



그날 그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삶. 

누군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바라볼 지 모르겠지만

아들을 돈을 받고 거래(?)하기도, '로봇'에 빠져 생활비를 탕진하고 매일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도 하는

말만 뻔지르르한, 우리네 여느 입만 산 자존심 강한 아버지 중 한명처럼 보인다.

"여보, 당신은 돈 걱정하지마!!  남자인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두 영화의 아버지들 모두, 아들과 친구 혹은 그 이상의 관계 마치 멘토처럼.. 

아들에게 솔직한 재정상태(파산직전-_-)를 밝히고, 이해해줄 것을 요구하며, 끝내는 함께 역경을 헤쳐나간다는 점이다.

유교적 사상이 가득한 나라에서 태어나서일까?

나라면 결단코 내 자녀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텐데,, 저 모습이 이상한건 나만 그런것일까?????

'아버지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선 안돼' 라는 선입견에 갇힌 보수적 꼰대기질이 나에게 있는건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그리곤, 이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내 자녀에게 어떠한 길을 걸으라 말해야 하는가?" 

"나는 유산으로 내 아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하는가?"


여기서 '길'은 의사,변호사,판사 같은 직업이라거나, 그런것이 아니라

가치관을 이야기한다. 인생에 있어 가치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소중한지 말이다.

돈이면 다 되는 이런 사회에서, 이 가치관의 혼란이 가져오는 재앙들이 얼마나 끔찍한지.. 

각종 언론들이 매일 실시간으로 새로운 뉴스(듣기싫은소식들)를 전해주기에 다들 잘 아실거라 생각한다.




이제 본 영화로 들어가 보자.

절대! 아버지 없는 아들로 키우지 않겠다는 자신의 어릴적 '한' 때문에 

아이를 키울 능력은 전혀 없지만, 큰소리만 빵빵치는 크리스는 결국,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양육권을 얻어낸다.

자신의 아내와 이혼한 이후로,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아이와 함께 물건을 팔러 다니기도 하고, 

지낼곳이 없어 심지어 공중 화장실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홈리스들을 위한 쉼터에 오후5시부터 줄을 서서 잠자리를 구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난한자들의 삶의 처참한 정도를 현실적으로 너무나 잘 묘사했다는 생각에, 

그 삶의 퍽퍽함은 둘째치더라도, 

이런 자들의 삶을 많은 이들이 알고, 심지어 영화를 보며 '공감'하면서도, 

무덤덤히 다들 받아들이고 있었구나 하는 씁쓸함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게 가시질 않았다.


잠자리를 위해 홈리스들이 길게 줄을 선 바로 옆으로 

오픈카를 타고 여자들과 즐겁게 웃으며 지나가는 남자가 나오는 그 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어제 영화를 보며 음료와 팝콘을 남긴 내 모습과 

비교되는 지구 반대편의 굶고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두 모습이 다를 바 무엇인가 드는 생각에,

나는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갈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잠을 자는 부자. 

마침내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발로 처절하게 문을 막으며 그는 절규한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약 90%를 주인공의 힘들고 어려운 시기들로 묘사한다. 

그것도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기로.

"행복을 찾는것 중에 일단 확실한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모습

지치고, 피곤하고, 억울하고, 부당하고, 가슴속에 한이 맺힐 만큼 스트레스가 폭발직전까지 온 그..

그리고 아들 하나만으로 그걸 다 감당하며 꾹꾹 눌러담고 있는 그의 분노가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전해진다.

그는 행복을 찾기는 커녕, 그 흔한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에 올라오는 여느 대학생들의 
여유로운 커피한잔, 와플한조각, 까르보나라 한그릇 음미하지 못할법한 
'고되고 가난하고 바쁜 삶'을 살고 있었고,
'돈'을 위해, LIFE가 아닌 LIVE를 위해..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아! 그래!! 자수성가해야해. 

"내가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고, 행복을 찾을수 있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90%의 삶이 행복을 찾기위해 발버둥 치는 삶이고, 10%가 행복한 삶이라면, 

나는 행복한 삶을 산 것일까?

인생이라는 러닝타임의 90%가 그 '행복'을 좇아 사는 삶이라면

나머지 10%의 그 '행복'이 내 삶의 목적인가? 이유인가?



"당신의 직업이 뭡니까?"

어느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귀티나는 차림새의 신사를 보고

마침내 삶의 목적을 '돈'으로 정한 것처럼, 크리스는 그 돈 많아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건다.


'행복'의 의미를 찾는것 따위, 그에게는 사치였을까?

그 신사를 통해 알게된 직업, 즉 연봉이 많은 직업, '증권중개인'을 목표로 삼고, 

무보수 인턴직을 마침내 받아들여 인생을 한번 더 슈퍼맨처럼 바삐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정부에서 홈리스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주는 쉼터에 아들과 함께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선 

홈리스들과의 경쟁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매일 정해져 있는 시각에 줄을 서서 그 안에 들어야 한다.

그래서 회사일을 남들보다 몇시간 더 빨리 끝내려 안간힘을 쓰고,

30:1의 정직원 채용 경쟁률을 뚫기 위해 주말까지, 새벽까지 미친듯이 일하고, 공부한다.

그의 성실성과, 행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마침내 그는 행운의 주인공 1명에 뽑히게 된다.


아싸!!!!!!! 하고 소리라도 질러 주면 좋으련만.

그 기쁨을 그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속으로 삭이며 조용히 기뻐하는 그의 주변으로

걸어가는 그 수많은 넥타이부대는, 

"우리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도 우리와 같은 WINNER구나" 하는듯한 느낌을 주었달까.

아 무언가 기쁜데도 씁쓸했다. 그래 씁뻤다. 말이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가장 조용한 순간이 이 영화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아이러니함.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으며,

크리스는 나중에 자신이 투자설립한 증권사의 CEO가 되어

10억 달러에 자신의 회사를 매각했다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엔딩자막까지 본 이후에도 나는, 

내가 원하는 '행복'의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이렇게 남겨져 있다.


행복을 찾아서 라는 이 영화는, 답을 줄것처럼 나를 유혹하더니, 

내게 물음들만 한아름 안겨주고 휑하니 가버렸다.

아. 야속한 이영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인턴들 서른 명 중, 뽑히지 못한 스물 아홉명은 실패한 삶인가?

쉼터에서 여전히 잠을 자는 그 홈리스들은 다 불행한 사람들인가?

그들은, 여전히 그런 시궁창 같은 삶을 살며, 

이전의 크리스와 같이 분노와 한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시장만능주의, 아메리칸드림, 약육강식, 적자생존

아.. 야속해. 

세상이 야속하고. 

인정머리 하나, 사랑하나 없는 이 세상이 야속하고. 

나혼자 외치고 있는 이 글 조회수가 야속하고.



"다 싸우면서 크는거야.",  "절대 지고들어오지 마라".

"승리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이겨라! 지지마라!"

우리네 아버지 세대가 살아왔고 이야기했듯이, 나도 그렇게 내 자녀에게 이야기해야 하는걸까.

제목으로 낚는 기자들처럼, 듣고싶어하는 말만 골라 벙긋벙긋 해주는 정치인들의 영혼없는 공약처럼,

생산성이라는 명목하에 직원들을 다 잘라버리는 대기업처럼..

그게 삶이고, 세상이고, 그 안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고 승리이고 삶의 목적이다.. 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88만원(첫월급이 기초생활수급자 수준) 세대. 

3포(취업포기, 연애포기, 결혼포기)세대.

전체의 70%이상이 대학에 진학해도 아르바이트 자리하나 구하기도 힘든 우리나라.

매우 감사하게도, 

크리스의 후반부와 같이, 취업난에 성공하여 이 '한명'에 들어간 나는,


아니 세계로 눈을 돌려 

대한민국이라는 좋은 나라에서, 좋은 환경속에 둘러싸여,

팝콘까지 남기며 호화를 누리며 사는, 나는

그저 감사만 하며 살면 될까?

나는 그 지옥같은 곳에서 빠져나왔으니, 

그 뒤에 날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못본체 하고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걸까?


그 뒤에 있던 자들, 함께 줄 서던 자들이 계속 생각나는 나는 

그들이 말하는 '행복' 은 내가원하는 행복이 아닌듯 싶다..

인생이라는 것에 대한 성찰과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 쓸데없는 삶을 연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어찌되었건, 행복을 '찾'도록 날 고민하게 만들어준 이 영화의

열연했던 주인공과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

공자, 춘추전국시대

Review/영화 이야기 2010. 7. 5. 22:11












































































실은 '공자' 책을 본 나에게
이 영화는 아주 극히 일부분만을, 그것도 굉장히 편협한 시선(카메라)으로 바라본 것 뿐임에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누가 그런 말을 했었다. "깨닫는" 것이 가장 행복감을 안겨준다고.

공자의 삶은 누구나 알듯이, 
매우 높은 도덕성과, 숭고한 희생정신, 철저한 사명의식이 없이는 
갈 수 없다는 면에서,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그리스도인 즉 '제자'의 삶과 매우많이 닮아있다.
기독교를 믿으며,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하는 나로써는, 적잖이 충격이다.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다스리며,
옳지 않은 일을 당할 때에 분노할 줄 알지만,
자신이 그 부당한 일을 당할 때에는 참으며, 
심지어는 자신을 배신하거나 위해를 가하려 하는 자에게도 '자비'하게 용서를 해 주는 것이
가능한 것이지..? 오로지 공자가 말하는 그 '덕' 만을 위해서..?

자신의 정욕 뿐 아니라 모든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심지어 육체적 피로와 고통까지도 감수할만한,
그 무언가를 내 일생동안 찾는것이.. 
비록 힘겨운 일생이 되겠지만 그 길의 끝은 퍽 값진 인생이 될거라는 것.
가장 깊이 남는다. 
나도 그러한 일생을 살아야 한다. 



그나저나, 연출과 연기 모두 일품이었다.

공자를 보는 듯 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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