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으로 사무실을 이주한 지 한 일주일 쯤 되었다.
점심을 먹고 직장동료와 산책을 하던 도중,
한 교회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나누어 주며 자유음악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신이나서 받아, 먹으며 가야금 연주와 각종 음악을 즐기는데,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아주 멋지게 불러낸 한 남자(카운터테너)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어느새 난 하루종일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 카운터 테너는 '카스트라토'처럼 거세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음역대의 음을 낼 수 있는 남성파트를 말한다.
<조수미 - 울게하소서> :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gQeQlV1Jmk8
<Barbra Streisand 의 울게하소서> :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X_cs9-pfSPI
<Sarah Brightman - 울게하소서> :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_BwKavzCu34
헨델의 울게하소서를 조수미, 사라 브라이트만, 바브라 외에도, 국내 가수들 중 조관우씨나 다른 몇몇 가수도 불렀던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나 높아 일반인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그 곡.
이 유명한 곡이 가장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것은 바로 '파리넬리'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처음 이 아리아를 접하게 된 것도 파리넬리를 통해서였다.
카스트라토(음역대를 높이기 위해 거세한 남자)의 일생의 비애를 그 곡에 대입하여 슬픔을 표현했었던 그 영화를 보며,
음악을 위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다른 누군가의 일생을 희생시키면서도 아름답게 미화할만큼 악한 '인간의 이중성'과,
그 고통스러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악기로써의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파리넬리의 숭고한 정신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마성의 고운 음색에 빠져 넋을 잃고 보았던 그 음악을, 이 점심에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다니.
감격. 감격.
헨델의 음악성에도 또한번 퐁당 빠져 감격..^^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e che sospiri e che sospiri, la liberta!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Il duol infranga queste ritorte di' miei martiri
(이슬픔으로 고통의 사슬을 끊게 하소서)
sol per pieta, di'miei martiri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sol per pieta.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e che sospiri e che sospiri, la liberta!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Lascia ch'io pianga
(나를 울게 하소서)
la durasorte e che sospiri la liberta
(비참한 나의 운명!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아리아 '울게하소서'의 이야기는 헨델의 리날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헨델의 리날도 더 자세히 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3934
간략하자면, 아래와 같다.
리날도와 알미네라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고,
전쟁이 일어나 리날도가 전쟁터로 떠나게 되고,
그 사이 알미네라가 인질로 붙잡힌다.
적국의 왕은 인질로 잡은 알미네라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날 자유롭게 해 줄 것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아요.
차라리 내 잔혹한 운명을 탄식하며 울게 내버려 두세요" 하며 그의 구애를 거절하는, 그 대목이 바로 '울게하소서'.
알미네라에게나, 적국의 왕에게나, 리날도에게나, 어긋난 사랑은 참 슬프다.
사랑.
사랑이 무얼까.
목숨도 아무렇지 않게 걸 수 있는 것이 사랑.
명예도 권위도 다 그앞에 내려놓고 그 강한 남자들을 무릎꿇게 만드는 사랑..
그 많은 돈도 다 물리칠 수 있는것이 바로 사랑 아닌가.
사랑의 장애물은 사랑을 오히려 더욱 불타오르게 하니, 아이러니하고도 놀라운 사랑의 힘이란.
(물론 요즈음의 사랑은 굉장히 인스턴트식이라.. 좀 다를지 모르겠다. 으 싫다. 경박해.)
슬픈 가사지만,
각자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른 적용.
나는 오늘 하루,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며. 굉장히 사랑을 갈구하는 모드가 되었달까..
센치해진 밤이로구나.
아 사랑이 필요하다. 밤새 속삭일 사랑이.
혹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긋났던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지.
이 노래에 취해 오늘 하루 사랑의 향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다.
인생이 무엇이며 진지한 것이 무엇이냐
오직 아름다운 것은 사랑 뿐!